ALMOST HAD A HEART ATT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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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ears ago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의 삶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의 삶

한 소녀의 내밀한 이야기이자 웅장한 대서사시가 도착했다. 시대의 재난도 사랑의 기쁨도 고통과 상실도 거기에 있다.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전문

꿀을 찾아 수천 번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은희는 주변인들에게 사랑을 갈구한다. 사람들의 원형적인 욕망은 결국 같다. 아주 단순하게 세상을 나누면 사랑과 사랑 아닌 것이 있다. 그런데, 사랑 받는다는 말은 절반이다. 마지막에 은희는 사랑을 결국 찾아낸 것이 아니다. 남에게 사랑 받으려는 투쟁을 멈춘 것이다. 사랑은 결국 나 자신에게서 나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받은 사랑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 그래서 은희를 혼자 남겨둬야 했다. 사랑을 받으려는 투쟁이 아니라, 사랑을 찾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벌새>는 모든 게 느리게 온다. 성수대교 사고도 아주 후반부에야 나오더라. 그리고 그에 대한 리액션도 즉각적이지 않고, 이후의 궤적을 길게 좇는다. 그 호흡이 좋았다. 의도했던 걸 예리하게 봐주셨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서 성수대교가 언제 무너지나 하면서 봤다더라. 우리는 언제나 공동의 환영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일상엔 항상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십 대 때 그 불안을 마주했다. 사람들은 사회가 만든 거대하고 끔찍한 환영 속에서 남들이 말하는 기준을 쫓아가려고 허덕이면서, 뭘 안 가지면 안 될 것처럼 마음 졸이면서, 가졌더라도 어느 순간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이 영화에서 계속 그런 불안이 느껴지길 바랐다.

편지 나레이션이 인상적이다. “다만 나쁜 일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불가항력의 재난과 고통, 그럼에도 기쁨과 행복. 그 역설이 삶 같았다. 내가 투영한 인물은 은희지만, 어른이 돼서 말하고 싶었던 건 영지의 입으로 말했다. 어릴 땐 모든 것이 환영 같았고, 괴로웠다. 하지만 깨질까봐 두렵도록 아름답고 감사했던, 나를 변화시켰던 만남들이 있었다. 영지선생님 같았던 사람들이었다.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벌새처럼 날아다니면서 본질을, 사랑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가에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삶이 비정한 동시에 아름답고, 불안과 공포만큼 사랑과 기쁨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구호 같은 것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영화 속 빛과 어둠, 따듯함과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촬영도 그 구체성을 느끼게 했다. 따듯하면서 불안한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안에 빛과 어둠이 같이 있었으면 했다. 밝기만 하면 여기가 밝은지 알 수 없으니까. 실내조명을 거의 안 쳤고, 거의 자연광과 가정집에 있는 백열등만을 썼다. 우리가 실제로 집에 있을 때 낮엔 불 안 켜놓고 있지 않나. 그 어둑한 느낌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늘함이 나왔다. 촬영 전부터 강국현 촬영감독과 각자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하며 <벌새>라는 이야기를 함께 체화한 상태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일들이 있었다. 은희가 거실에서 춤추는 장면은 오로지 롱샷인데, 촬영감독님이 부엌의 식탁 의자를 걸쳐서 찍었다. 텅 빈 거실에서 덩그러니 놓인 상황에서, 인접광도 없는 햇빛 아래서, 마치 식탁과 의자들까지도 그 아이를 지켜보고 있는 듯이. 그 디테일이 살렸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요즘 주변에 우울증을 안 겪는 사람이 없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울이 담긴 정서적인 SF를 구상하고 있고, 혹은 엄마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아주 생뚱맞은 게 될 수도 있고. 운명에 맡기려 한다.

2 years ago
마치 반사판의 거울처럼 우리의 마음이 타인에게 어떻게 가닿느냐에 따라서

마치 반사판의 거울처럼 우리의 마음이 타인에게 어떻게 가닿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규정되는 이 과정은 왜 인류가 너무나 많은 사랑과 실연의 고통을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특별한 누군가를 찾아내고 그의 빈 곳을 채워주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짐작보다 문제는 더 복잡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이 견딜 수 없게 다정한 것- 누군가를 보살피고 도우며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강렬한 만족감- 을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나 결혼이라는 형태로 표현하게 되는 데는 모든 관계를 ‘재생산’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물신주의를 벗어나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존재의 완성에 대한 바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다정의 구조가 일상으로 오면 아주 쉽게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며 균형을 잃어가는 것이 문제이지만.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의 한계를 명랑하게 풀어가는 <매기스 플랜>, 씨네21, 김금희

2 weeks ago
 2024 Dir. Neo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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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End> 2024 dir. Neo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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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그래, 나는 너무도 오랫동안 나의 내부만을 들여다보았다. 몇 년간을 한자리에 꼼짝 않고 주저앉아서 썩어가는 웅덩이만을 들여다보았다. 때로는 그 썩은 웅덩이 위로 푸른 하늘 한 점이 맑게 비치고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도 보였지만 그건 언제나 붙잡을 수 없는 허깨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잡으려고 손을 뻗치지도 않았다. 나는 한자리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오직 썩은 웅덩이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 귀신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자리를 뜨고 싶다. 눈길을 돌리고서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주저앉아 있어서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펴고서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싶다. 움직이고 싶다. 다른 많은 것을 보고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썩은 웅덩이로부터 눈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저 들판과 길에 나도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이 내 눈의 수정체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어느 순간 나는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나 걷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순간을 꿈꾸고 있다. 내가 첫발을 떼어놓는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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